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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현실에 뿌리 둔 고민 통해 해답찾기

[나의 강의시간]현실에 뿌리 둔 고민 통해 해답찾기
2008년 06월 30일 (월) 14:37:30강명구/서울대·언론정보학과 editor@kyosu.net

글을 시작하려니 갑자기 원고청탁을 받아들인 게 후회가 됐다. 필자가 강의에 대해 얼마나 고심하고 정성을 들였다고 감히 필자 강의에 대해 말할 수 있겠다고 나서는가 싶어졌다. 그래도 20여년 강단에서 밥을 얻어먹었으니 그 밥값이나 해야겠다는 위안을 했다. 자랑할 것은 당연히 없고 여전히 강의에 대해 고민사항을 다 같이 나눈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1995년 겨울방학이었다. 봄 학기 개설예정인 ‘비판커뮤니케이션’이란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새롭게 짜고 있었다. 너무 이론중심이어서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의 구체적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강의내용을 고치고자 했다. 웬걸, 푸코, 하버마스, 윌리암즈 등등 외국이론가의 이론소개를 모두 빼고나니 14주 강의내용이 텅 빈 공백으로 되는 게 아닌가. 한국의 현실로부터 문제를 도출한 연구성과를 강의교재로 찾으려고 해봤더니 3~4주 분량 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 연구논문들이 외국의 유명이론을 소개하고 글 끄트머리에 ‘한국언론에 대한 함의’를 첨부하는 정도였다. 2~3년을 겨울방학 때마다 같은 고민을 하다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찾아낸 해결책은 이렇다. 우선 모든 외국이론을 강의계획서에서 뺐다. 한 학기를 끌고 갈 토론주제를 설정했다. 예를 들면 비판커뮤니케이션 과목에서 학기 전체 강의주제를 “우리에게 영어란 무엇인가”로 잡았다. 개인적 수준에서 영어체험 에세이도 쓰고, 왜 우리사회가 영어에 죽고 못 사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집단토론도 했다. 그리고 영어의 문화정치(Politics of English), 문화권력으로서의 영어 등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강의했다.


전통적으로 서울대 사회대 학생들은 추상적 이론공부에 능하다. 거대이론, 거대담론을 잘 아는 학생들이 어깨에 힘도 주고, 수업시간에 발언도 많이 한다. 추상이론을 많이 공부하는 전통은, 약해지기는 했지만, 장점도 많이 있었다. 사회전체의 움직임 바라보면서, 사회 안에 자신을 위치시켜 고민하는 틀거리를 제공해 줬다. 그러나 한꺼풀만 더 들어가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질문이나 고민이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국이론을 너무 많이 가르치는 것도 문제였지만, 현실에 뿌리를 둔 고민, 자신이 사는 사회로부터 문제를 도출하고, 해답을 찾아보는 능력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강의노트는 간소하고 토론주제와 관련된 글, 현실로부터 문제를 찾아내고, 해답을 찾아가는 숙제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집단보고서는 최근에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집단으로 보고서나 발표를 시키면 공짜로 먹고 들어가는 학생들이 꼭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기말 보고서가 아니라 학기 초에 관심 있는 연구주제를 선정해서 그 주제에 대해 강의를 하도록 했다. 강의계획서를 만들게 하고, 개별적으로 두 차례 면담을 하고, 강의 일주일 전에는 강의목표, 학생들이 읽을 교재, 강의내용이 담긴 강의노트를 온라인 수업사이트에 올리도록 했다. 학생들이 미리 읽어볼 수 있도록. 보고서보다는 주제강의가 더 어렵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또 한 가지 강의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글쓰기 능력 훈련이다. 서울대 글쓰기 말하기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직책 탓도 있겠지만, 글쓰는 능력은 사고와 성찰의 깊이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여러 차례 글을 쓰게 하고, 가능하면 코멘트를 해서 돌려준다. 학생 수가 많으면 조교의 도움을 받아서. 필자가 가장 많이 하는 코멘트는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라는 질문이다. 핵심주장(thesis)이 뭔가를 묻는 질문인데, 학생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질문으로 악평이 나있다. 길게 페이퍼를 썼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아무리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문헌조사를 정리했어도 하고 싶은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강의평가에서 “글쓰기 훈련을 잘 받았습니다”이다.


반성은 없이 자랑이 된 것 같아 또 부담스럽다. 시간 들인 만큼 강의의 질은 좋아진다는 게 스스로 내린 결론인데, 여전히 강의준비에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강명구/서울대·언론정보학과


<책> 생태적 인간 신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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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인간

분야 종교 > 종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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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모 지음|다산글방
2000.3.15|ISBN 8985061178|492쪽|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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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과거의 이성적 인간상에서 자연과의 만남을 강조한 생태적 인간이 철학,교육,종교의 이상이며 앞으로 걸어갈 길임을 강조하고, 이같은 관점에서 새 천년의 인간상인 생태적 인간상과 종교생태학, 생태교육학,생태노동 등을 총 4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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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01. [생태 철학]
002. 새 천년의 인간-생태적 인간....(11)
003. 유토피아 비판과 생태적 유토피아....(25)
004. 최제우의 주문과 이돈화의 '신인철학'의 비교연구....(95)
005. [종교생태학]
006. 제사론적 생태학의 방법적 단초를 위한 서설....(125)
007. 종교다원주의에서 종교생태학으로....(167)
008. 헤겔의 생태신학과 생태적 기독교교육학....(207)
009. [생태 교육학]
010. 새로운 삶의 교육....(229)
011. 자연노동적-생태학적 교육과정의 철학과 구조....(267)
012. 생태적 교육학의 철학적 기초....(278)
013. 동학의 생태학적 교육철학체계와 동양 고전철학의 체계....(319)
014. [생태 노동]
015. 자연/인간의 협동노동의 이념....(345)


'식민지 연구의 현주소'(허수)에 대한 논평 - 담비


동덕여자의숙 태극기


지두력 세상을 향한 창

MB의 대통령 취임 100일이 갓 지났건만 세상은 시끄럽고 이름 모를 志士(?)들의 의분이 블로고스피어를 뒤덮는 듯하다. 이토록 국정이 심상치 않으니 국민들의 이목이 MB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당장 홈지기도 이번 주 들어 급박한 현안을 분석하고 새로운 과제 기획하는 업무가 바짝 늘어나서 블로그 관리할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온 국민이 MB만 지켜보는 것 또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Periskop는 어디까지나 세상을 두루(peri-) 보는 도구(-skop)이니, 홈지기도 이 블로그만큼은 다른 재미있는 이슈 소개에도 계속 신경을 써보련다.

週刊東洋経済 3월8일 호
지난 주말에는 묘하게도 작은 유행의 분위기를 두 군데에서 동시에 감지하는 재밌는 일이 있었다. 첫 번째는 매주 으레 벌이는 각종 잡지 뒤지기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홈지기가 정기적으로 뒤적이는 일본 잡지에는 『분게이슌쥬(文藝春秋)』같은 종합지 말고도 『주간 도요게이자이(週刊東洋経済)』가 있다. 잡지 기사란게 원래는 꾸준히 정기적으로 스크랩을 해놔야 하지만,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훌쩍 지나쳐 묻혀 버리기 일쑤이다. 주간 도요게이자이 또한 한동안 빼먹고 지나친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나서 과월호를 쌓아놓고 차근차근 들춰봤다. 그러다가 석달 전인 지난 3월 8일 호의 표지기사 제목에서 요상한 단어를 발견했다 — '「地頭力」はこう鍛える。(「지두력」은 이렇게 단련한다.)'

지두력? じあたまりょく?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은 갖가지 기술(잡기?)에 대해 '~力'을 붙여 상품화하기를 좋아한다. 이것도 뻔히 그런 류로 보였지만, 그렇다고 사전에 나오는 '지아타마[地頭]=맨머리'라는 영 이상한 설명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과연 뭘까…… 그런 의문을 품고 기사를 읽어 내려가 보니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한 번쯤 경험해보셨겠지만 졸업이 가까워 오면 각종 취업시험을 준비하면서 갖가지 황당한 면접질문에 대비하기 마련이다. 특히 유수 외국계 컨설팅 업체를 지원하는 대학생들이라면 뭐 이런 류의 질문을 가득 담은 족보를 좀 봤을 것이다:

서울에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 안에서 커피는 몇 잔이나 팔릴까?
국내 모든 가정에 있는 형광등은 총 몇 개나 될까?

당연히 이런 질문은 어떤 특정한 세부지식을 달달 외우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 영업사원이 아니더라도, KTX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아주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를 활용하여 합당한 추론을 해내는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것이다. 특히 컨설팅 업계는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큰 관계가 없는 프로젝트도 종종 맡아야 하는 — 나쁘게 이야기하면 돈이 된다면 무조건 수주하고 보는 —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로 베이스에서 해결책을 고안해내는 이러한 능력을 강조하고는 한다. 기사에서는 바로 이 능력을 '지두력'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홈지기는 그제서야 '아하~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딱 '地頭 ⇒ 맨 땅에 헤딩'으로 연상되지 않는가?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은 '地頭力 = 맨 땅에 헤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Enrico Fermi
그런데 홈지기 같은 물리학과 출신들은 컨설팅 업체 족보를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어도 이 개념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게 이른바 '페르미 문제(Fermi problem)'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런 추산에 특히 능란했던 이탈리아의 유명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다음 일화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1945년 7월 16일, 트리니티 폭발1 현장에서의 관찰

7월 16일 아침, 나는 폭발 지점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트리니티 베이스캠프에 있었다.

폭발은 아침 5시 30분 경에 일어났다. 나는 어두운 용접 유리조각을 댄 커다란 보드로 얼굴을 보호하고 있었다. 폭발에 대한 내 첫 인상은 매우 강렬한 불빛과, 노출된 내 몸 부위에 닿는 열의 느낌이었다. 나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온 지방이 한낮보다도 밝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난 이윽고 어두운 유리를 통해 폭발 방향을 바라봤고, 화염이 뭉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곧이어 솓구쳐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몇 초 뒤에, 솓구친 화염은 광채를 잃었으며, 거대한 버섯 모양으로 뻗은 머리를 가진 엄청난 연기 기둥은 구름을 뚫고 상승하여 3만 피트 정도에 이르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최고점에 도달한 뒤에, 연기는 바람에 흩어지기 전에 얼마 동안 가만히 멎어 있었다.

폭발 후 약 40초가 지나자, 폭풍이 내게 닿았다. 나는 충격파가 지나가기 이전과, 도중과, 나중에 각각 작은 종이 조각들을 약 6피트 높이에서 떨어뜨려 그 폭발력을 추정해봤다. 그 때 마침 바람이 불지 않았기에, 나는 폭풍이 지나가는 도중에 떨어진 종이 조각들의 변위를 명확하고 사실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변위는 약 2.5미터 정도였고, 그때 나는 이 정도의 폭풍이면 TNT 1만 톤의 폭발 위력에 해당한다고 추산2했다.

물리학을 제법 배운 뒤였지만 도대체 얼마나 천재여야 이렇게 단숨에 추정이 가능한가 입을 떡 벌리던 기억이 난다. 홈지기가 수강한 여러 전공 수업 시간에서도 교수님들은 세세한 숫자를 계산하기 이전에, 대략 식을 떠올리며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양이 10의 몇 제곱 정도(order)인지를 추산하라고 강조했다. 수리적 직관을 키우고 빠르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을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주간 도요게이자이의 특집기사에도 저자들은 바로 지두력이 「フェルミ推定(페르미 추정)」과 연관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홈지기는 훈련을 게을리 해서인지 학창 시절 '페르미 문제' 해결에 그리 능하지는 않았는데, 이 표현대로라면 지두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일본에서 이런 '지두력'이 뜨게 된 사연은 알고 보니 도요게이자이에서 내놓는 또 다른 잡지, 계간 『Think! (シンク)』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 잡지 2007년 봄 호에 현직 컨설턴트로 일하는 호소야 이사오(細谷功) 씨가 '私の勉強法(나의 공부법)'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지두력'이었다. 도요게이자이는 반응이 꽤 좋으니까 이 내용을 확대해서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2007년 12월에 나온 단행본 『地頭力を鍛える — 問題解決に活かす「フェルミ推定」』도 기대대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이 여세를 몰아 간판 주간지인 주간 도요게이자이도 '지두력'의 사용지침과 사례를 보강하여 특집으로 한 번 더 써먹은 것이다.

여기서 호소야 씨는 '지두력'은 3개의 계층구조로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즉, 매사에 지적 호기심을 갖는 태도와, 논리적 사고습관, 직관력의 함양은 기본 소양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향해 세 방향에서 접근해 들어가는 사고능력를 강조한다.

지두력 구성 요소의 3층 구조

지두력 구성 요소의 3층 구조

첫 번째의 '프레임웍 사고'는 자신만의 편견을 떨쳐버리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능력이다. 처음에 열거한 몇 가지 페르미 문제들 가운데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부지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피아노 영업사원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피아노를 즐겨 쳤을 수도 있고, KTX 승무원은 아니더라도 KTX를 자주 타고 다니면서 커피도 많이 사 마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적 문제해결에 역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편견을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내가 전문가라서 잘 아는데……'라는 말부터 나오면 뭔가 의심의 냄새도 맡아야 한다.

두 번째의 '가설적 사고'는 가상의 결론(가설)부터 내려놓고 자꾸 검정을 반복하여 문제에 접근해가는 사고능력이다. 흔히 많은 정보에 파묻혀 연역적으로는 해결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유용하다. 좀처럼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처음 설정한 가설은 당연히 모호하고 틀렸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하나의 가설은 작게나마 사고의 물꼬를 틔워놓는 역할을 한다. 이후 문제 해결에서 비판적 사고의 끈을 놓지 않고 자꾸 가설과 풀이과정을 왔다갔다 하면, 가설은 점점 더 정교해지며 해답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세 번째의 '추상화 사고'는 문제의 본질을 단순화시켜서 접근하는 사고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일종의 작은 모델을 만들어 사고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문제를 단순한 형태로 추상화시켜 바라보면, 다른 문제들과의 공통점도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문제를 푸는데 사용했던 노하우와 지식을 접목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어려운 문제의 본질을 비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문제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추상화된 모델이 만능 해결사가 될 리는 없다는 점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결국 저자 호소야 씨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지두형 다능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할 때에는 흔히 세 측면을 염두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운을 떼고 있다:

  1. 지식력 및 기억력: '박식하다'라고 하듯이 폭넓은 지식을 접하고 기억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2. 대인 감성력: '재치있다', '센스있다'라고 하듯이 분위기를 재빨리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3. 지두력: 위에서 설명했듯이 당장 세부지식이 없더라도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지식력과 기억력은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당장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기술 발달로 인해 분명한 문제의식과 정리, 검색의 노하우만 있으면 정보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세상에서는 문제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일률적인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한 번 습득한 지식에 자꾸 의존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새롭게 튀어 나오는 문제들에 적응할 수 없고, 곧이어 그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인재에게는 기존의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증폭시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두력'의 개발이 더더욱 긴요하다는 것이 호소야 씨의 주장이다. 예로부터 지식의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는 이야기과 통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두 번째의 대인 감성력은 다른 사람들의 감성까지 접근하여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낸다고 해도, 이것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행동으로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찻잔 속의 지성에 불과한 것이다. 그만큼 대인 감성력도 여전히 강조되어야 할 핵심 능력임이 분명하다.

대인 감성력과 지두력이 결합된 인재가 바로 '지두형 다능인(versatilist)'이다. 이런 지두형 다능인은 변화하는 업무 현장에 널린 정보를 모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이것을 동료들에게 전달하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의 촉매'로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전통적 기업 —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 은 지식·기억력(1)과 대인 감성력(2)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나 업계의 업무사정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사내인맥을 잘 구축하고, 상사의 감성을 건드리며 능란한 정치를 펴고, 비지니스 현장에서 고객의 분위기도 잘 맞춰야 한다. 그러나 변화된 사회에서 보다 창조적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두형 다능인재 발굴에 초점이 옮아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한 기업에서 주구장창 말뚝 박고 터줏대감으로 행세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올라가며 어디든 조직에 지적 활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긴요해진다. 주간 도요게이자이의 기사는, 일본에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경력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두형 다능인재에 대한 수요와 맞물려있다는 해석을 펴고 있다.

자, 일부만 발췌했지만 '지두력'과 '지두형 다능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어찌보면 이제껏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제기되어왔던 이야기를 다른 그럴싸한 포장지로 장식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성을 인지해오면서도 막상 이런 능력의 체계적 개발에는 덜 신경을 써온 것도 사실이다. 홈지기의 직장이 강남역 쪽에 있어서 그런지 수많은 지식장사 — 각종 외국어 학원과 편입학시험 학원 등 — 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커피숍마다 영어책 펴 놓고 놀랄만큼 유창한 발음으로 대화하는 수많은 학생들도 보고 있다. 하지만, 저런 자기 계발의 시간 가운데 이런 '지두력' 강화를 위한 스스로의 고민에는 얼마만큼을 할애하고 있을까? 당장 홈지기 스스로도 각종 문서 양산에 들이는 시간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납득시키고자 고민하고 있을까?

최근의 민감한 시사현안을 차분히 복기해 보면 더욱 그러한 의문과 아쉬움이 남고는 한다. 그럴듯한 정보가 있으면 그걸 그대로 복제하여 퍼뜨리고 한 마디씩만 거드는게 네티즌과 블로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게 아닌가 싶다. 다른 이의 의견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과 의제를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가는 모습들은 얼마나 보였을까? 또한 거기서 더 나아가 글을 읽는 이들의 감성까지 접근하면서 차분히 설득하고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모습은? 우리는 새로운 지식 창출의 촉매가 아니라, 단순한 거품 형성의 촉매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홈지기도 예전 학창 시절에 글만 한참 쓰다가 시위 현장에 나가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시위 분위기에 어쩔줄을 몰라 허둥대던 기억들이 난다. 그 때 스스로 고민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꼈고 남을 헤아리는 감성이 부족함을 느꼈었다. 요즘 심정도 그러하다. '지두력'의 상업적 측면을 비판하기 전에 홈지기 스스로 부족한 '지두형 다능인'의 능력을 다듬는데 노력해야겠다는 느낌이 앞선다.

글을 덮으려니 '지두력' 유행 분위기의 또 다른 감지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이렇게 열심히 일본 책을 뒤져 읽었건만 막 지난 주에 때맞춰 호소야 이사오의 『地頭力を鍛える』이 『지두력: 지식에 의존하지 않는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역시 일본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지켜보고 있던 출판 관계자들은 꽤나 많이 있었던 셈이다. 탁자에 늘어놓은 주말 신문들의 신간 소개기사 위로 희미한 표정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섰다. 미소를 지어야 할지 찡그림을 지어야 할지 애매한 표정을 남긴 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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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 미국 뉴멕시코에서 있었던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을 의미한다.
  2. 실제 폭발력은 대략 TNT 2만 톤(20kt)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니 꽤 정확한 추산이었다.

촛불집회의 성공과 실패 새로운 진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마라

남에게 책임(責任)을 전가(轉嫁)하지 말라

: 109

내 말 한마디에 인생(人生)이 바뀌기도 한다
말에는 자기(自己) 최면(催眠)이 있다
상대방(相對方)은 내가 아니므로 나처럼 되라고 말하지 말라

내가 이 말을 듣는다고 미리 생각해 보고 말하라
정성(精誠)껏 들으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지루함을 참고 들어주면 감동(感動)을 얻는다
한쪽 말만 듣고 말을 옮기면 바보가 되기 쉽다

자존심(自尊心)을 내 세워 말하면 자존심을 상(傷)하게 된다
남의 명예(名譽)를 깍아 내리면 내 명예는 땅으로 곤두박질 처진다
잘못을 진심(眞心)으로 뉘우치면 진실성(眞實性)을 인정(認定) 받는다
말의 내용(內容)과 행동(行動)을 통일(統一)시켜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해야 인정받는다
무시(無視) 당하는 말은 바보도 알아 듣는다
말은 입을 떠나면 책임(責任)이라는 추(錘)가 달린다
대화의 질서(秩序)는 새치기 때문에 깨진다

침묵(沈默)이 대화보다 더 강한 메시지(message)를 전(傳)한다
첫 마디에 정신(精神)이 실려야 한다
다양(多樣)한 문화(文化)를 인정(認定)하면 대화(對話)는 저절로 잘된다
지적(指摘)은 간단(簡單)하게  칭찬(稱讚)은 길게 하라

말투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따져서 이길 수는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잔소리는 용서(容恕)가 안 된다
좋은 말만 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評價)받는 것은 아니다

유머(humor)에 목숨을 걸지 말라
반드시 답(答)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화(禍)를 자초(自招)한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라
농담(弄談)이라고 해서 다 용서(容恕)되는 것은 아니다


표정(表情)의 파워(power)를 놓치지 말라
적당(適當)할 때 말을 끊으면 다 잃지는 않는다
사소(些少)한 변화(變化)에 찬사(讚辭)를 보내면 큰 것을 얻는다
말은 하기 쉽게 하지 말고 알아 듣기 쉽게 하라


당당(堂堂)하게 말해야 믿는다
흥분한 목소리 보다 낮은 목소리가 더 위력(威力)이 있다
눈으로 말하면 사랑을 얻는다
덕담(德談)은 많이 할 수록 좋다

과거(過去)를 묻지 말라
일과 사랑을 분리(分離)하라
대화(對話)의 시작(始作)은 호칭(呼稱)부터이다
말을 독점(獨占)하면 적(敵)이 많아진다


작은 실수(失手)는 덮어 주고 큰 실수는 단호하게 꾸짖어라
무덤까 가져 가기로 한 비밀(秘密)을 털어 놓는 것은 무덤을 파는 일이다
약속(約束)은 또 하나의 언어(言語)이다
쓴 소리는 단맛으로 포장(包裝)하라

공치사(空致辭)하면 누구나 역겨워한다
잘난 척 하면 적(敵)만 많이 생긴다
두고두고 괘씸한 느낌이 드는 말은 위험(危險)하다
상대(相對)에 따라 다른 언어(言語)를 구사하라

낯선 사람도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십년지기(十年知己)가 된다
목적(目的)부터 들어내면 대화(對話)가 막힌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判斷)해서 말하면 큰 낭패(狼狽)를 당하기 쉽다
말을 잘 한다고 대화가 유쾌(愉快)한 것은 아니다

타협(妥協)이란 완승(完勝), 완패(完敗)가 아니라 둘 다 승(勝)이다
험담(險談)에는 발이 달렸다
진짜 비밀(秘密)은 차라리 개에게 털어 놓아라
가르치려고 하면 피(避)하려고 한다


비난(非難)하기 전에 원인(原因)부터 알아내라
눈치가 빨라야 대화가 쉽다
불평(不平)하는 것보다 부탁하(付託)는 것이 더 실용적(實用的)이다

허세(虛勢)에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내가 먼저 털어 놓아야 남도 털어 놓는다
약점(弱點)은 농담(弄談)이라도 틀추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겸손(謙遜)과 사양(辭讓)은 부담(負擔)만 준다
말은 가슴에 대고 하라
넘겨 짚으면 사람 마음의 빗장이 잠긴다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 주어라
남에게 책임(責任)을 전가(轉嫁)하지 말라
단어(單語) 하나 차이(差異)가 남극(南極)과 북극(北極)의 차이가 되다


내 마음이 고약하면 남의 말이 고약하게 들린다
입(말) 서비스에 가치(價値)는 대단히 큰다
설명(說明)이 부족(不足)한 것 같을 때 쯤 해서 말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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